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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글쓴이 김장기 박사 . 시인
무화無禍의 꽃

현재의 삶에 대한 미련이 남아도는 것도 이유였지만, 처음 부부의 사랑을 시작했던 출발지점으로 다시 돌아가 보고 싶었습니다.

등록일 2024-11-03 18: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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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화無禍의 꽃

 

행복작가 달샘

 

어쩌다 행복이야기를 쓰게 되었는지, 그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인생이란 게 묘한 구석이 있고 그 시간을 살아 본 후에야 이해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았습니다. 지난 몇 년간을 한 가지 일에 몰두해서 살았더니, 어느새 사람들은 행복 작가라고 부릅니다. 여기저기 겁 없이 행복이야기를 글로 썼더니 꼬리표처럼 붙여진 별칭이었습니다.

 

행복 작가라는 호칭이 너무 좋았습니다. 행복은 머리보다는 마음에 새겨지는 일입니다. 머리로는 끝없이 행복을 생각하지만, 깊이 생각해도 실천에 옮기는 것은 쉽지를 않았습니다. 그런 이유였을까요? 행복 탐구는 운명과도 같았습니다. 세상 삶 속에서 지쳐 있을 때, 우연히 발견한 보물과도 같이 삶의 전율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행복이었습니다.

 

행복은 자기반성의 결과이기도 했습니다. 한동안 다른 사람들은 행복하게 사는 것만 같았는데, 왜 나만 행복과는 동떨어진 채 살아가고 있는지 무척 불안하고 궁금했으니까요. 그러다 보니 계속해서 행복이야기를 찾게 되었고 이제는 부부의 행복을 다룰 수 있을 만큼 글감을 다루는 삶의 지경이 훨씬 넓어졌습니다.

 

하지만 요즘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부쩍 늘었습니다. 현재의 삶에 대한 미련이 남아도는 것도 이유였지만, 처음 부부의 사랑을 시작했던 출발지점으로 다시 돌아가 보고 싶었습니다. 다시 과거의 어느 시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불꽃 같은 청년의 때로 회귀하고 싶었습니다.

 

대학 캠퍼스 쪽문을 빠져나오면 소나무들이 듬성듬성 서 있는 작은 동산에 누워 반짝거리는 별을 보고 있었습니다. 쪽문으로 드나들던 대학가의 출입구였습니다. 대학가 건너편 뒷골목 술집에서 한잔 마신 후였습니다. 갑자기 하숙집으로 돌아가는 길목에서 밤별들이 발목을 붙잡았습니다. 그곳에 앉아서 한참 별을 구경했는데, 밤하늘을 비추던 낯선 별들이 초롱초롱한 눈빛처럼 마음 깊이 파고들었습니다.

 

마음에는 사랑의 전주곡을 흘러나왔습니다. 온통 별빛에 물든 마음, 그 안에는 한 줄기 별빛이 사랑이라는 두 글자를 수놓고 있었습니다. 우연처럼 다가온 설레임과 기대, 어느새 사랑의 인연을 붙잡고 함께 부부의 일생을 살았습니다.

 

마음 깊이 새겨진 사랑은 지워지지 않는 행복의 꽃이었습니다. 평생 그 꽃을 삶의 원동력으로 삼고 살았으니까요. 나이를 먹으면 사랑이 깃든 행복감이 월등히 컸습니다. 화를 내거나 신경질을 부리는 감정 기복은 사라지고 그리움이 더욱 쌓였습니다.

 

부부의 행복도 마찬가지입니다.

 

확실히 감정 노선은 젊을 때와는 달리 무척 평온했습니다. 세상 욕심과 기대감은 사라지고 행복을 꿈꾸는 일들이 많아졌습니다. 행복에 대한 기대감은 훨씬 커졌습니다. 오랫동안 함께 살았다는 것만으로 불평도 투정도 사라진 평온함이 꽃을 피웠습니다. 노년의 부부는 온화함을 품고 소소한 행복을 함께 즐기는 것에 놓여 있습니다. 얼핏 보면 삶을 달관한 것 같아도, 그 속에는 수만 가지의 기쁨과 슬픔이 교차하며 만들어 낸 풍화된 행복 연주곡이 녹아 있었습니다.

 

이런 모습입니다.

 

서로에게 너무 익숙해진 만큼,

잔뜩 뿔이나 있던 성격도

세월 속에서 풍화된 것이라고

그래서 더욱 행복을 쫓아가는 것이라며

 

그렇습니다. 오랜 세월을 지나면서 풍화작용으로 무화無禍의 꽃이 주변에 무성하게 피었습니다. 부부의 세월 속에는 풍화의 시간이 찾아들었습니다. 긴 세월 동안 인생사를 겪어낸 부부, 말 그대로 부부의 삶은 행복의 산해진미山海珍味였습니다. 부부의 삶은 인생이야기를 행복으로 바꾸어주는 행복 형성 과정에 놓여 있었습니다.

 

이런저런 인생이야기들이 행복의 꽃을 피웠습니다.

 

매년 5월 21일을 부부의 날로 정해놓고 기념하는 것도 같은 이유였습니다. 부부의 인생사 속에는 수만 가지의 이야기들이 엮여 있습니다. 부부의 삶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만남’과 ‘공감’과 ‘화음’의 생동감이 솟아났습니다. 끊임없이 솟구치던 갈등과 욕망은 사라지고 세월 속에서 풍화된 무화無禍의 행복감이 꽃을 피웠습니다.

 

부부는 사랑과 행복의 대명사입니다. 서로 사랑을 줄 줄도 알고 받을 줄도 아는 행복의 샘이 끊임없이 솟아나는 게 부부였습니다. 리 앤 라임즈가 염원했던 오직 사랑으로 엮인 부부의 행복이 입가에 맴돌았습니다.

 

이런 부부가 되게 하소서

사랑을 줄줄 알고

사랑을 받을 줄 아는

부부 되게 하소서

 

부부의 사랑은 끝없이 풀어나가는 행복의 실타래였습니다. 모든 부부의 염원은 행복진행형입니다. 서로 사랑하고 있으며, 사랑받고 있다고 느낄 때의 행복감은 진정한 삶의 원천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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